1. 아파트 옥상에서 시작한 도시 양봉 도전기.
양봉에 대한 로망은 있었지만, 시골도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꿀을 따는 일이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옥상 양봉”이라는 개념을 접했고,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울의 6층 아파트 옥상은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적당히 불어 벌통을 두기에는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이웃들과 사전 협의도 거친 뒤, 서양꿀벌(Apis mellifera)을 들여와 본격적인 도시 양봉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옥상에 올라가 벌들의 상태를 살피며 애정을 쏟았고, 군체가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벌들이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이제 진짜 꿀 수확을 하게 되는 건가?’ 하는 설렘으로 매일을 보냈습니다.
2. 꽃 부족의 벽, 채밀의 현실을 마주하다.
그러나 꿀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벌들이 충분한 꿀샘을 가진 꽃을 꾸준히 찾을 수 있어야 했습니다. 아파트 주변에는 벚꽃, 살구나무, 철쭉 등이 있었지만 개화 시기가 짧고 군락도 적었습니다. 게다가 도심의 꽃들은 공원이나 가로수 등에 흩어져 있어, 꿀벌들이 효율적으로 꿀을 모으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그 결과, 5월부터 6월까지 본격적인 채밀 기간에도 꿀이 생각만큼 모이지 않았습니다. 첫 채밀 결과는 3.2kg. 벌통 하나당 10kg 정도는 채취할 수 있다는 기존 정보와 달리, 도시에서는 꽃 자원의 절대적인 한계가 꿀 수확량을 직접적으로 제한했습니다. 이 사실을 체감하고 나서야 도심 양봉의 리스크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3. 장비와 노동, 수확의 뒷이야기.
꿀을 따는 일은 단순히 벌통에서 꿀을 퍼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보호복을 입고, 연기통을 준비해 벌을 진정시키고, 채밀기와 체망을 이용해 벌집에서 꿀을 추출하는 모든 과정이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더운 여름날, 온몸에 땀을 흘리며 벌에게 쏘이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꿀 수확 이후에도 여과, 병입, 라벨링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해야 했기 때문에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손이 들었습니다. 도시 양봉은 낭만보다는 노동에 가깝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죠. 하지만 이 모든 과정 속에서 꿀 한 병이 완성되었을 때의 성취감은 매우 컸습니다.
4. 수확 후의 가치: 나눔과 브랜딩의 가능성.
이렇게 수확한 꿀은 ‘○○동 옥상 꿀’이라는 이름으로 병에 담아 지인들에게 선물했습니다. 예상보다 반응은 뜨거웠고, “정말 도시에서 이런 꿀이 가능하냐”는 놀라움과 함께 ‘직접 키운 꿀’이라는 이야기만으로도 상품성이 생겼습니다. 단순한 수확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게다가 주변 어린이들에게 꿀벌 생태를 설명해 주거나, 함께 체험하는 시간을 마련하면서 교육적 가치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도시 양봉은 수익보다는 의미를 만드는 활동이며, 그 의미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힘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5. 꿀벌의 활동 반경과 도심 생태계의 한계.
꿀벌은 일반적으로 반경 2~3km 내에서 꽃을 찾아 이동합니다. 그러나 도심에서는 이 반경 안에 충분한 식생과 꽃 자원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콘크리트로 덮인 건물과 아스팔트길로 인해 꿀벌의 비행 동선이 단절되며, 효율적인 채밀이 힘들어집니다.
저의 옥상 주변에도 일부 공원과 화단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채밀 환경이라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학교, 카페, 공공기관과 협력해 인공 꽃밭을 조성하거나 도시농업과 연계해 꿀벌 생태계를 넓히는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도심 양봉의 미래는 결국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드는 연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도시 양봉의 미래: 생태와 공동체를 잇는 고리.
양봉을 통해 얻게 된 또 하나의 소득은 바로 사람들과의 연결입니다. 꿀벌은 단지 꿀만을 생산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걸쳐 꽃가루를 퍼뜨리고 식물의 생장을 도와주는 존재입니다. 이 과정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꿀을 나누며 생태 교육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체험한 도시 양봉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도심에서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소중한 창구였습니다. 비록 수확량은 적지만 그보다 더 큰 감동과 지속 가능한 가치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도시 양봉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결론: 수확의 양보다 진짜 얻은 것은 경험.
처음엔 꿀을 몇 kg 딸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걸 얻었습니다. 꿀벌을 가까이서 돌보며 생태계를 이해하고, 공동체와 연결되고, 땀 흘린 노력 끝에 꿀 한 병을 만들어낸 그 과정 자체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꿀 수확량은 적었지만, 도심에서도 자연을 경험하고 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도시에서도 지속 가능한 양봉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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